등대지기 세 사람은 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2026-09-03 · 약 3분 · #공포 #괴담 #역사
1900년 12월, 스코틀랜드 서쪽 끝 외딴 섬 아일린 모어(Eilean Mor)의 등대를 관리하던 등대지기 세 사람이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몸싸움이나 폭력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사람만 통째로 증발한 듯한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미스터리로 꼽힙니다.

사진: Chris Downer, Wikimedia Commons(CC BY-SA 2.0)
등대에 도착한 배가 발견한 것
12월 26일, 보급선 히스퍼러스호가 정기 방문을 위해 플래넌 등대에 도착했을 때 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배에서 내린 선원들은 문이 열려 있는 등대 안에서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시계는 멈춰 있었고, 침대 두 개는 정리돼 있었지만 한 개는 흐트러진 채였습니다. 방수 외투 세 벌 중 두 벌이 걸이에서 사라져 있었는데, 이는 두 사람이 폭풍 속에서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조사 결과는 초자연적이지 않았다
등대를 관리하던 북부등대위원회(Northern Lighthouse Board)의 감독관 로버트 뮤어헤드는 직접 현장을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남겼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점에 섬 서쪽 선착장 부근에서 강한 폭풍이 있었던 정황이 있었고, 등대 밖 크레인과 로프가 훼손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근거로 그는 한 사람이 장비를 점검하다 큰 파도에 휩쓸렸고, 나머지 두 사람이 그를 구하려다 함께 변을 당했을 가능성을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 제시했습니다. 초자연적 존재나 침입자에 관한 기록은 공식 조사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괴담처럼 퍼진 이유
이 사건이 지금처럼 신비롭게 알려진 데에는 1912년 시인 윌프리드 윌슨 기브슨이 발표한 시 「플래넌 섬」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이 시는 '먹다 만 식사가 차려진 식탁'이나 '불길한 새'처럼 실제 조사 기록에는 없는 극적인 장면을 덧붙였고, 이 허구적 묘사가 이후 사건을 다루는 여러 글에 그대로 인용되며 사실처럼 굳어졌습니다. 실제로는 밀린 파도와 미끄러운 바위, 그리고 늘 혼자였던 세 사람의 고립된 근무 환경이 만든 사고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등대지기라는 직업 자체가 극도의 고립을 전제로 한다는 점도 이 이야기가 오래 회자된 배경으로 꼽힙니다. 남극 기지나 잠수함처럼 외부와 단절된 채 소수 인원이 장기간 지내는 환경에서는 판단력 저하나 불안 증세가 보고되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인 등대를 배경으로 한 규칙 괴담 역시, 사람이 있을 이유가 없는 공간에 정체 모를 존재가 남아 있다는 설정으로 이런 고립감을 이야기 속에 그대로 옮겨 놓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 Flannan Isles Lighthouse — Wikipedia
- Flannan Isles, the lighthouse from the north — Chris Downer, CC BY-SA 2.0, Geograph/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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