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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보이지 않을 뿐

글 · FunTe 공포 단편선

⚠️ 심약자 주의 — data1.

◆ ◆ ◆

data1.

저는 귀신이 보입니다.

무섭지 않냐고요? 전혀요.

귀신이라는 건 공포영화 속 존재처럼 위험하지 않아요.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귀신은 그냥 우리 주변의 풍경입니다. 어디에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벽지의 무늬나 천장의 얼룩 같은 거예요. 19년을 살면서 지켜본 결론이 그렇습니다.

지금 제 방에도 세 명이 있습니다.

장롱 위에 한 명이 누워 있어요. 문 뒤에 한 명이 벽을 마주 보고 서 있고요. 침대 밑에 한 명이 누워 있습니다. 셋 다 무표정하게, 그냥 그렇게 있어요.

여러분 방에 이런 존재가 있다면 무섭고 불안하겠죠. 하지만 안심하세요. 여러분 방에도 서너 명은 반드시 있으니까요. 귀신은 많아요. 다만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저는 19년 내내 보아 왔기 때문에, 이제는 불편하지도 않아요.

그치만……

귀신이란 무엇일까요. 왜 이곳에 남아, 저렇게 무의미하게 서 있는 걸까요. 저도 죽으면 저렇게 되는 걸까요. 귀신이 보이는 저조차도,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귀신은 사람에게 붙어 있기도 해요. 예를 들면 우리 할머니에게는 젊은 여자 귀신이 업혀 있습니다. 업힌 자세 그대로 굳어 버린 건지, 할머니가 앉든 눕든 언제나 등에 붙어 있어요.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게 귀신이라지만, 어쩌면 저 귀신 때문에 할머니 허리가 그렇게 편찮으신 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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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2.

19년 만에 처음 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머니 등에 업힌 귀신이, 웃고 있어요.

웃는 순간을 그대로 정지시켜 놓은 듯한 표정입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데 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요.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웃는 얼굴이라는 게, 무표정보다 훨씬 더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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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3.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계단에서 구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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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4.

귀신이 웃으면 사람이 죽는 걸까요.

주변에서 사람이 죽은 것도 처음이고, 귀신이 웃는 걸 본 것도 처음입니다. 두 가지 처음이 같은 주에 겹쳤어요.

◆ ◆ ◆

data5.

할머니 등에 업혀 있던 귀신은 어디로 갔을까요.

화장터에서, 관에 그대로 업혀 있는 걸 마지막으로 봤어요. 관 뚜껑과 겹쳐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귀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땐 그렇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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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6.

아……

제 방의 귀신 셋이, 웃고 있어요.

장롱 위에서, 문 뒤에서, 침대 밑에서. 셋 다 저를 향해.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걸 누구와 상담할 수 있을까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군요.

◆ ◆ ◆

data7.

이건 무슨 일일까요.

할머니 귀신이 나타났어요. 제 등에 업혀 계십니다.

곤란해졌어요. 이제 귀신은 저에게 더 이상 '풍경'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 ◆ ◆

data8.

거울.

거울을 볼 때마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칩니다. 제 어깨 너머에서, 딱 제 얼굴 옆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어요. 왜일까요. 할머니는, 화가 난 표정이에요.

◆ ◆ ◆

data9.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귀신은 그냥 주변 풍경이 아니에요. 그리고 귀신을 볼 수 있는 이 능력이, 이제는 저주스럽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일그러진 얼굴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요. 제 몸을 내려다볼 때도 어깨 위로 늘어진 할머니의 다리가 보입니다. 영향은 주지 않아요. 하지만 '보인다고요'. 눈을 감아도 잔상이 남아요.

방에 들어가면 세 귀신이 소름 끼치게 웃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 알아챈 게 있습니다. 제가 방 안에서 어디로 움직이든, 그들의 눈동자가 저를 따라온다는 걸요. 장롱 위의 눈, 문 뒤의 눈, 침대 밑의 눈. 세 쌍의 눈이 소리 없이 저를 좇습니다.

◆ ◆ ◆

data10.

추리를 해봤어요.

귀신이 웃으면, 그 곁의 사람이 죽는다.

내 방의 귀신이 웃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곧 죽는다.

그런데 저는 귀신이 웃기 시작한 뒤로도 제법 오래 살아 있어요. 할머니 귀신이 저를 지켜 주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그 할머니 귀신이 제일 무섭습니다. 등 뒤에서, 거울 속에서, 언제나 저를 노려보고 있어요. 할머니, 제발 그 표정 좀 풀어 주세요.

◆ ◆ ◆

data11.

무표정, 웃음, 그리고 일그러진 분노.

저는 이제 산 사람의 얼굴보다 귀신의 얼굴을 더 자주 살핍니다.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 저를 둘러싼 표정들을 읽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죽는 편이 나을지, 아니면 이 눈알을 뽑아 버리는 편이 나을지.

눈을 뽑으면 더는 보이지 않겠죠. 하지만 눈이 없어도, 등에 업힌 할머니의 무게는 그대로 느껴질 거예요. 거울 속에서 저를 노려보던 그 눈이, 이젠 제 몸속에 들어와 있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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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12.

하나 확실한 건,

제가 귀신이 되면 알게 되리라는 겁니다. 그들이 왜 웃는지, 왜 얼굴을 찌푸리는지, 왜 아무 의미도 없이 세상에 남아 있는지.

저는 결정했습니다.

죽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바로 지금, 당신의 어깨 너머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당신.

그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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