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테스트 홈 > 단편 소설
[단편] 거꾸로 남자
글 · FunTe 공포 단편선
⚠️ 심약자 주의 — 거꾸로 가는 시간 속의 남자.
삐삐삐삐 삐삐삐삐 삐삐삐삐 삐삐삐삐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아, 출근.
토스터에 식빵을 꽂고 커피포트에 전원을 올린 뒤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거실로 나온다. 노릇하게 구워진 식빵이 토스터 위로 튀어 올라와 있다. 머그잔에 커피믹스를 털어 넣고 끓는 물을 부은 뒤, 뜯어낸 비닐 포장지로 휘휘 젓는다. 바삭한 식빵에 버터와 딸기잼을 바르고 커피와 함께 삼킨다.
괜찮은 아침이군.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러닝셔츠 위에 흰 와이셔츠를 걸치고 단추를 하나씩 채운다. 정장 바지를 입고 셔츠 자락을 정리해 넣은 뒤 벨트를 조인다. 여러 넥타이 중 파란색을 골라 전신 거울 앞에 선다. 깃을 세우고 매듭을 두툼하게 윈저노트로 맨다.
음, 괜찮군.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만진다. 소프트 왁스로 앞머리 컬만 살리는 투블럭. 제법 만족스럽다.
오늘도 괜찮군.
손에 묻은 왁스를 씻어내고 수건으로 물기를 탁탁 털어낸다. 재킷을 걸치고 그 위에 롱코트를 덧입은 뒤 서류가방을 든다. 반질하게 닦인 검정 구두를 신고 오피스텔 밖으로 나선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건물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평범하던 오늘 아침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뒤바뀌어 버렸다.
역세권 대로변, 아침의 인도는 늘 사람으로 붐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본 순간,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서류가방을 놓쳐 버렸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이 발치에 떨어졌지만 주울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서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은,
모두 뒤로 걷고 있었다.
차도의 자동차도 뒤로 달리고 있었다.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거꾸로 되감는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오피스텔 입구에 붙박인 듯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여자가 빨대로 종이컵에 커피를 게워 넣으며 뒷걸음질 친다. 한 청년이 입안의 것을 오물오물 밀어내 한 입 베어 문 자국이 사라진 토스트를 만들어 내며 물러선다. 중년 남자는 바닥에 놓인 지갑을 주머니 속으로 빨아들이며 멀어진다.
그렇다.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의 시간이,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출근은 글렀군.
충격은 잠깐이었다. 회전이 빠른 내 머리는 벌써 다음을 계산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서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세상 사람들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그렇다는 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든 저들은 곧장 과거로 흘러가 버린다는 뜻이 아닌가. 내가 무슨 일을 벌여도, 시간이 되감기는 순간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까 나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거 재밌는데.
나는 씨익 웃었다.
잠깐 집에 다시 들렀다 나와야겠군. 부엌에, 잘 드는 게 하나 있었지.
◆ ◆ ◆
꺄아아아악!
어머, 어어머, 저 사람 뭐야?!
저기요, 신고해요, 얼른!
다들 피해요! 저 미친 새끼!
오피스텔에서 빠른 걸음으로, 뒤로 걸어 나온 남자가 대로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붙들었다. 소름 끼치게 씨익 웃으며 뒷걸음질 치는 그의 손에는, 서슬 퍼런 식칼이 들려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뒤에서 다가가려 했지만, 정작 몸은 자꾸만 반대로 물러났다. 앞으로 가려 하면 뒤로 갔고, 찌르려 손을 뻗으면 팔은 거두어졌다. 그의 눈에는 온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그는 자신이 세상에 맞춰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러나 거꾸로였던 건 세상이 아니라, 그 하나뿐이었다.
신속히 출동한 경찰이 남자를 제압해 바닥에 눌렀다. 연행되는 내내,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지껄였다. 뒤집힌 혀로, 뒤집힌 순서로.
야거 릴버여죽 다. 마지걷 로꾸거
이 남자는 아무래도 정신병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