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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평범한 이야기
글 · FunTe 공포 단편선
⚠️ 심약자 주의 — 이 아기는 수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아기는 수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가 차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안락사시키는 편이 낫겠군요.
아기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방금 출산을 마친 어머니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겨우 한마디를 보탰다.
그렇죠. 어차피 죽을 텐데, 지금 죽이는 편이 자원이 덜 들 테니까요.
한 병원의 분만실에서, 의사와 부모는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마치 지극히 당연한 절차인 것처럼, 그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 ◆ ◆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 최악의 발명, 그리고 인류의 선택.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발명은 인간을 수치화하는 기술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한동안 최고의 발명이기도 했다. 다만 인류가 멈춰야 할 선을 넘어섰을 뿐이다.
처음 그 기술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축복이라 불렀다. 스마트폰으로 사람을 비추면 그의 능력이 숫자로 떠올랐다. 언어, 논리, 공감, 체력, 집중력. 아이가 무엇에 뛰어난지 부모가 더는 짐작하지 않아도 되었다. 재능 없는 길에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저마다 자신의 가장 높은 숫자를 향해 걸어갔고, 세상은 낭비 없이 굴러갔다. 모두가 이 기술을 최고의 발명이라 불렀다.
그때까지는.
◆ ◆ ◆
오늘의 그녀는 어제보다 나를 덜 사랑한다.
어젯밤 잠들기 전 그녀를 스캔했을 때, love scan에는 80이 떠 있었다. 방금 카페 테이블 너머로 다시 비추었더니 56이다. 하루 사이에 24가 줄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숫자는 정확하니까.
나는 스푼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잠시 액정을 들여다보더니, 자기 폰을 꺼내 나를 스캔했다. 그리고 말없이 그것을 테이블 위에 엎어 놓았다.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각자 계산을 마쳤다.
우리는 이제 끝이다. 숫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 ◆
우리 부부가 의무감만으로 산다는 걸, 사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새로 나온 어플이 그 의무감마저 계산해 주었을 뿐이다. 어느 밤, 우리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스캔했다. 두 대의 화면에 나란히 같은 숫자가 떴다.
0.
아내는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나도 그랬다. 서운함도 안도감도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마침내 확인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다음 날 각자 짐을 쌌다. 함께 살 이유가 0이라는 데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 ◆ ◆
나날이 발전하던 세상은, 끝내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에 손을 뻗었다.
인간의 감정을 수치화하는 기술이었다.
능력을 수치화하던 시절에는 순기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감정에 숫자가 매겨지자, 사람들은 서로의 속을 유리처럼 들여다보게 되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죄책감을 스캔하면 0이 떴다. 도움을 받고도 감사가 0인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웃으며 악수하는 상대의 살의가 100으로 치솟는 것을, 이제 누구나 볼 수 있었다.
그 숫자들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자신을 향한 살의를 눈앞의 화면으로 확인한 사람이 먼저 칼을 들었다. 감사가 0인 자식을 부모가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숫자로 재기 시작하면서 아무도 결혼하지 않았고,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았다.
기술은 곧 법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손안에 들어간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최고의 발명은 그렇게 최악의 발명이 되었다.
◆ ◆ ◆
감정제거수술.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 예방접종과 함께 의무적으로 받는 수술. 불필요한 감정을 절제하여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시술.
— 백과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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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제거수술은 인류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이미 퍼진 기술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감정이 숫자로 드러나는 한, 사랑도 신뢰도 성립하지 않았다. 출산율은 바닥을 뚫었고, 인류는 조용히 멸종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인류는 문제의 원인을 지우기로 했다. 숫자가 아니라, 숫자가 가리키던 것을. 감정 그 자체를.
수술이 의무화된 순간부터 한 세대를 기점으로, 감정 없는 세대가 자라났다. 그리고 지금, 우리 인류는 모두 감정을 갖지 않는다.
감정이 없는 인류는 효율적이다.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며, 망설이지 않는다. 우리는 곧 풍요를 이루었다.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선택만을 하는 우리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 인간사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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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기는 수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가 차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안락사시키는 편이 낫겠군요.
아기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방금 출산을 마친 어머니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겨우 한마디를 보탰다.
그렇죠. 어차피 죽을 텐데, 지금 죽이는 편이 자원이 덜 들 테니까요.
감정이 없는 세상에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몸이 약하게 태어나 감정제거수술을 받을 수 없는 아기는, 어차피 제대로 일하지도 못할 테니, 지금 손을 놓는 편이 자원이 덜 들고 효율적이다.
그 목소리에는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감정이 없는 우리 인간의 선택은, 언제나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