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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밤풍경

글 · FunTe 공포 단편선

⚠️ 심약자 주의 — 밤풍경.

밤풍경.

나는 밤풍경을 좋아한다. 낮의 도시가 소음과 매연으로 뒤척이다 지쳐 잠드는 시간, 별과 달빛과 창마다 켜진 불빛만 남아 세상이 비로소 순해지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 불빛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저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후련해졌다.

어제 이 옥탑방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전에 살던 반지하에서는 손바닥만 한 창으로 골목 담벼락만 겨우 올려다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옥상에 올라서기만 하면 사방이 뻥 뚫려 있다. 발끝으로 천천히 돌기만 하면 도시 전체가 나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갔다. 동쪽의 낡은 다세대주택, 서쪽의 연립, 저 멀리 강 건너 아파트 단지까지. 밤바람은 서늘하고 달았다.

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캔맥주 하나를 들고 올라왔다. 난간에 기대 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불빛의 바다를 내려다보는데,

드르르륵

옆 다세대주택의 창 하나가 열렸다.

흘끔 돌아보니, 불 꺼진 창틀 안에 사람의 검은 실루엣이 서 있었다. 어깨선과 정수리의 윤곽만 겨우 보이는, 안쪽이 방보다 더 캄캄한 그림자. 저 사람도 밤바람을 쐬러 나왔나 보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었는데, 같은 시간에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 다시 도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드르르륵

또 창이 열렸다. 이번엔 반대편 건물이었다.

그 어두운 사각형 안에도 사람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이번 것은 창을 열고도 밖을 보지 않았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가 정확히 이쪽을, 옥상을 향해 있었다.

드르르륵

그 옆집 창도 열렸다. 또 검은 사람.

이건 뭐지. 이 동네 사람들은 밤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시간에 창을 여는 걸까. 나는 어색하게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드르르륵

맞은편 연립의 삼층 창.

드르르륵

조금 떨어진 아파트, 까마득한 고층의 창에서까지 사람의 형체가 솟아났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소리는 이제 사방에서, 위아래에서, 겹치고 포개지며 밀려왔다. 창이 열리는 그 마른 쇳소리가 어느새 도시 전체의 숨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제자리에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창이, 하나도 빠짐없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창마다

검은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아까까지 그토록 아름답던 불빛의 바다는 어느 틈에 수백 개의 눈이 되어 있었다. 불빛 하나하나가 켜진 게 아니라, 그 앞에 선 형체들이 나를 보려고 몸을 기울인 것이었다. 별도, 달도, 그들의 시선을 비추는 조명일 뿐이었다.

그 모든 실루엣이 일제히 나를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나는 캔을 떨어뜨리고 옥탑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문을 닫고 등으로 밀어붙였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렸다.

쿵쿵쿵쿵쿵쿵쿵쿵

한참을 그렇게 현관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숨을 고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상하다.

왜 창이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지.

그 많은 창이 그렇게 요란하게 열렸는데, 단 하나도 닫히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저마다의 창가에서, 열린 창틀 안에서, 내가 사라진 이 방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백 개의 시선이 이 문 위에 겹겹이 얹혀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을 타고 찬물이 흘러내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방 안의 불을 전부 껐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면 그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이 꺼지자마자,

끼익, 탁!

탁!!!

탁!!!

탁!!!

탁!!!!!

탁!!!!!!

여기저기서 창 닫히는 소리가 터졌다. 내가 어둠 속으로 숨은 그 순간, 그들은 볼일을 마쳤다는 듯 일제히 창을 닫았다. 마치 내가 불을 끄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도대체 뭐야. 뭐냐고.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렸지만, 이상하게도 공포보다 화가 앞섰다. 무슨 장난인가, 무슨 집단 이상행동인가. 한바탕 욕이라도 하고 나니 오히려 맥이 풀렸다. 온몸의 힘이 빠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나는 어둠 속을 더듬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캄캄한 방. 천장도 벽도 보이지 않는다. 졸음이 밀려온다.

기묘한 밤이었다. 내일 낮에는 창이 열렸던 집들을 하나씩 찾아가 봐야겠다고, 반쯤 잠에 잠긴 머리로 생각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왜 하필 나를 보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그렇게 눈을 감으려는데, 침대 머리맡, 옥상 쪽으로 난 내 방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창 너머, 유리에 이마를 붙이고 방 안을 들여다보는 수많은 사람 머리의 실루엣이 겹겹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저 창은,

한 번도 잠근 적이 없다는 것을.

드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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