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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행복을 사세요

글 · FunTe 공포 단편선

⚠️ 심약자 주의 — 아내와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그리고 볼이 발그레한 어린 손주들까지.

아내와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그리고 볼이 발그레한 어린 손주들까지. 심지어 한때 그를 따랐던 부하 직원들과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수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온화한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광경이 흡족하고 뿌듯하다.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백발의 노인은, 자신의 일대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중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끼니를 걱정하던 소년이 오직 노력만으로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끈기와 남다른 판단력으로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을 일구어 냈다.

사람들은 한마디라도 놓칠까 두려운 듯 귀를 쫑긋 세운다. 그들의 눈빛에는 애정과 존경이 촉촉이 어려 있다. 자수성가에 인덕까지 갖추어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그의 삶은, 누가 보아도 눈부시게 성공적이다.

노인은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 볼에 홍조를 띤 채, 그는 정말로 행복하다.

그렇게 남은 이야기를 이어가던 노인의 눈앞이, 문득 깜깜해진다.

이후는 암흑과 고요뿐이다.

—어떻습니까? 조금 더 쾌락적인 요소를 넣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전 이게 마음에 드네요.

방금까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행복에 겨워 있던 노인이, 초라한 행색으로 낯선 남자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매 끝이 해진 외투. 검버섯이 핀 손등. 그 손이 테이블 위에서 가늘게 떨린다.

—그러면 이 상품으로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비용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금 가지고 계신 재산의 전부입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해 주세요. 준비를 마치고… 일주일 후로 부탁드립니다.

—네. 다음 주에 서비스해 드리는 것으로 알고 준비해 두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노인은, 초라한 행색 그대로 터덜터덜 걸어 아무도 없는 차가운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에는 그를 반기는 목소리가 없다. 식탁에는 한 사람 몫의 식은 밥그릇 하나. 벽에 걸린 낡은 달력에는 아무런 약속도 적혀 있지 않고, 전화기는 몇 달째 침묵한다. 평생을 불만족스럽고, 외롭고, 끝내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온 노인이었다.

그런 그의 오랜 갈망은, 비로소 삶의 맨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죽음마저 돈을 주고 사는 시대다.

‘고통 없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마지막 기억으로 남기세요.’

이 광고 문구는, 진짜라고 착각할 만큼 정교한 가상현실과 적당한 마취 시술로 실현되었다. 저승 가는 데 노잣돈은 필요 없다지만, 지나칠 만큼 비싼 값에도 수요는 꾸준했다. 원하는 순간, 원하는 사람들 곁에서 행복에 겨운 채 고통 없이 눈을 감는다는 것—그 매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돈이 없으면 고통스럽게 죽고, 돈이 있으면 죽음마저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죽음도, 돈 앞에서 불공평하다.

일주일 후, 자신의 마지막을 예약한 노인의 집으로 직원들이 찾아왔다.

한 사람의 행복한 임종을 위해, 그들은 그 초라한 방을 최대한 고급스럽고 안락하게 꾸몄다. 향을 피우고, 조명을 낮추고, 폭신한 침구를 깔았다. 평생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 없는 노인에게 잠시 시간을 준 뒤, 그들은 그를 부드러운 침대에 눕혔다.

무통 마취가 스며듦과 동시에, 가상현실 장치가 노인의 의식을 미리 세팅해 둔 그 행복한 장면으로 데려갔다. 사랑하는 가족들. 존경하는 눈빛들. 따뜻한 홍조.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그 표정 위로, 안락사가 조용히 진행되었다.

노인의 의식은, 마치 TV 전원을 끈 듯 뚝, 끊겼다. 무(無)가 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그의 마지막 기억이 정말로 행복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마지막 순간, 이 온기가 전부 가짜라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 사랑도, 이 눈빛도, 자신이 가진 전부를 지불하고 산 서비스라는 것을. 그래서 도리어, 텅 빈 실제의 삶과 화려한 거짓 사이의 괴리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외롭게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편안한 죽음 서비스’는 오늘도 성공적으로 제공되었고,

자신만의 편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사려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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